코인노래방은 왜 한 곡씩 계산할까? 작은 노래방의 변화 (동전식 반주장치, 노래연습장, 무인운영)

정처 없이 새벽 거리를 걷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동네에 도착했고, 결국 들어간 곳이 코인노래방이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강변을 걷고 있던 사람이 몇 분 뒤에는 작은 방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상황이 우습기도 했습니다. 보통의 노래방이라면 먼저 방을 정하고 30분이나 1시간처럼 이용 시간을 계산합니다. 그런데 코인노래방에서는 동전이나 지폐를 넣고 한 곡 또는 몇 곡을 추가하는 방식이 익숙합니다. 같은 노래연습장인데 왜 하나는 시간을 팔고 다른 하나는 노래의 개수를 팔게 되었을까요. 그 차이는 동전을 받는 기계 하나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노래방이 단체가 머무는 방에서 혼자 잠깐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 바뀐 과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코인노래방도 법적으로는 노래연습장입니다국가법령정보센터에 게시된 음..

생활문화의 역사

가로등은 왜 노란빛에서 하얀빛으로 바뀌었을까? (나트륨등, LED, 색온도)

새벽에 안경도 쓰지 않은 채 밤거리를 걸었을 때 강변의 물은 잘 보이지 않고 가로등과 간판 불빛만 반짝였습니다. 멀리 있는 사물의 형태는 흐릿했는데 빛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처럼 밤길을 걷다 보면 장소에 따라 가로등의 색이 꽤 다르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래된 도로나 예전 사진에서는 주황빛과 노란빛이 짙은 반면, 새로 정비된 거리에서는 하얀 LED 가로등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취향만 바뀌어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나트륨등에서 LED로 광원이 변하면서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방식, 사물의 색을 보여 주는 능력, 도로에 빛을 보내는 방법까지 함께 달라졌고, 색온도라는 선택지도 도로조명 설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왔습니다.노란 가로등의 색은 나트륨 원자에서 시작됩니다나트륨등은 ..

생활문화의 역사

강변에는 왜 산책로가 길게 이어질까? 새벽에 걷다 만난 둔치의 변화 (한강, 둔치, 공원화, 보행로)

새벽에 정처 없이 걷다가 강변 산책로까지 내려간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 끝이 공원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계속 걸어가 보니 전혀 다른 동네가 나왔습니다. 돌아와 생각해 보니 또 하나의 궁금증이 남았습니다. 도시의 강변에는 왜 유독 긴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을까요. 강은 원래 물이 흐르는 공간인데 언제부터 사람들이 걷고 쉬는 공원이 함께 붙게 된 것인지 살펴보면, 지금의 강변 산책로는 자연 그대로의 길이라기보다 치수와 도시계획, 공원 정책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습니다. 강변의 평평한 땅은 원래부터 공원이 아니었습니다강 옆의 낮고 평평한 땅은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기 쉬운 범람 공간이었습니다. 서울 한강 역시 오랫동안 교통과 물류, 농경과 생활이 뒤섞인 장소였고 지금처럼 잔디밭과 자전거도로, ..

생활문화의 역사

목욕탕은 어떻게 동네의 쉼터가 되었을까? (대중목욕의 확산, 온천 문화, 찜질방의 등장)

저는 찜질방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뜨끈한 탕에서 목욕하고 찜질까지 마친 뒤 바나나 우유를 먹으면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느슨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어릴 때는 할머니, 동생과 셋이서 동네 온천에 가곤 했습니다. 이름은 온천이었지만 시설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 온천수를 받아 둔 탕에 가까웠고, 물이 무척 뜨거워 저는 참고 들어가도 동생은 거의 탕 밖에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목욕탕의 기억에는 물의 온도만 남지 않습니다. 함께 간 사람, 탈의실에서 기다리던 시간, 목욕 뒤에 마신 음료까지 한 묶음이 되어 목욕탕을 동네의 쉼터로 기억하게 합니다.씻는 일과 목욕탕의 역사는 같지 않습니다사람이 몸을 씻는 행위는 목욕탕이라는 건물보다 훨씬 오래되었습니다. 별도의 욕실이 드물었던 시기에는 날씨가 따뜻할 때 냇가..

생활문화의 역사

화장실은 어떻게 집 밖 뒷간에서 실내 공간으로 바뀌었을까? (명칭 변화, 푸세식 구조, 수세식 보급)

요즘은 집 안에 양변기와 세면대는 물론 비데까지 갖춘 화장실이 흔합니다. 문 하나만 열면 따뜻하고 밝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니, 화장실이 집 밖에 있었다는 이야기는 먼 과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화장실이 집 밖에 있었고 푸세식이라 냄새가 나고 불편했습니다. 화장실 앞에 있던 무서운 개가 짖는 데다 밤에는 바깥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워 화장실에 가지 못했던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집 뒤편의 뒷간이 어떻게 침실 가까이에 둘 수 있는 실내 화장실로 바뀐 것일까요. 그 변화에는 변기 모양만이 아니라 명칭, 분뇨 처리 방식, 상하수도, 주택 구조와 생활 습관의 변화가 함께 얽혀 있습니다.뒷간에서 변소와 화장실로 달라진 이름뒷간은 말 그대로 집의 뒤쪽에 있는 공간을 가리키는 이..

생활문화의 역사

대문은 어떻게 집의 얼굴이 되었을까? (문간채, 신분 상징, 주거 변화)

어렸을 적 우리 집은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어느 동네에 살 때는 아이들을 이끌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대문 옆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나는 '벨튀'를 하곤 했습니다. 저는 한 번도 걸리지 않았지만 함께 다니던 아이들 가운데 여럿은 붙잡혀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같은 행동을 한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당시의 대문 앞은 아이들의 장난과 이웃의 꾸지람이 오가던 생활 공간이기도 했어요. 요즘에는 공동현관과 비밀번호, 영상 장치가 방문자를 먼저 확인하면서 그때보다 이웃 사이가 조금 멀어진 듯한 느낌도 듭니다. 대문은 문짝 하나만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집 안과 골목을 나누고, 방문객을 맞이하며, 집주인의 형편과 지위까지 보여 주던 장소였습니다. 문간채와 솟을대문의 구조를 따라가면 대문이 어떻게 집의 얼굴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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